📝 연주의 골린이 일기 32화
“공도 마음도 흔들렸던 그날의 티샷”
📅 날씨 / 구름 많고 설레는 저녁
🏡 "야, 근처에 새로 생긴 스크린장 가볼래?"
그날은 딱히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미연이랑 수정이랑,
평소처럼 카톡으로 골프 얘기를 하다
즉흥적으로 스크린 라운딩 약속이 잡혔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매장,
첫 방문 고객에게는 음료 무료 쿠폰도 주고
무엇보다 장비가 새거라 기대가 됐다.
나는 별 생각 없이
7번 아이언 하나 들고 연습장 가방을 챙겼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 입구에서 마주친 그 실루엣
문을 열자,
안쪽 스크린 룸에서 누군가 티샷을 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슉—탁!”
묵직한 임팩트, 부드러운 템포,
그 순간만큼은 소리로도 ‘잘 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와, 잘 치시네…”
라고 중얼하려는 찰나—
문 옆 테이블에서 돌아보는 그 얼굴.
보검 오빠였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그 오빠의 옆모습이 순서대로 보였다.
짧게 정돈된 머리, 브라운 톤의 뚜렷한 눈썹,
깨끗하게 잡힌 턱선,
그리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만들어진 조용한 미소.
빛이 스크린 벽에서 반사되며
그 얼굴의 윤곽을 한 겹 더 밝게 그려줬다.
정말,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순간.
“어… 연주야?”
나: “어… 어? 어…!”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가방 끈을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오빠는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따뜻했고,
내 안에 오래 남아 있던 소녀 같은 감정을 순식간에 꺼내주었다.
“헐, 저 분이 그 보검 오빠?”
미연이가 내 귀에 소곤댔고,
수정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누가 봐도 드라마 첫 회 주인공 등장씬인데요?”
나는 얼굴이 빨개졌고,
무너질 듯한 내 심장을 애써 들키지 않으려
백스윙 연습하는 척 허공을 휘둘렀다.
🌬️ 그 순간, 공기는 아주 조용하고 설레는 소리로 바뀌었다
공기 중에 미세하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냥 사람이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마치 연습장 안의 조명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
보검 오빠는 친구들과 함께였고
우리는 다른 룸으로 향했지만,
문이 반쯤 열린 그 공간 너머로
그의 웃음소리, 말투, 그리고 공을 치는 리듬이 계속 스며들었다.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울림에
나는 계속 허공을 휘두르는 기분이었다.
“헐, 저 분이 그 보검 오빠?”
미연이가 내 귓가에 슬쩍 물었고,
수정이는 거의 입모양만으로 말했다.
“생각보다… 진짜 잘생기셨다. 배우 아냐?”
나는 대답 대신
가방을 내려놓고 머리를 묶는 척, 괜히 어드레스를 반복했다.
심장은 이미 드라이버보다 빠르게 회전 중이었고,
공은 맞지도 않았고, 시선은 계속 열려 있던 문 쪽으로 향했다.
그 공간 너머에 있는 오빠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집중력을 가볍게 지워버렸다.
🎯 설렘이 깨지지 않도록, 루틴에 집중했다
“공을 치는 게 아니라, 내가 흔들리고 있잖아…”
그 생각이 들자
나는 손에 힘을 뺐다.
그립을 다시 잡고,
숨을 들이마시고,
나의 루틴에 집중하기로 했다.
셋업 | 어깨 긴장 풀기 + 시선 정면 유지 |
백스윙 | 리듬 천천히, 끝까지 들어주기 |
다운스윙 | 하체 리드 → 상체 따라오기 |
피니시 | 끝까지 멈추지 않고 유지 |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공이 조금씩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마음도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했다.
🎮 라운딩 종료 직전, 보검 오빠가 다가왔다
스크린 끝나고 정리 중이었을 때,
밖에서 보검 오빠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혹시... 나중에 같이 칠래?”
“나는 예전 그대로인데,
너는 뭔가 되게 집중력 생긴 거 같더라.”“멋있었어.”
그 말에
나는 대답을 못 했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오빠가 말했다.
“여기 내 번호. 다음엔 내가 스크린 예약할게.”
그리고 돌아섰다.
🧠 골프는 결국, 감정을 드러내는 스포츠
나는 아직도 그날의 내 스윙이
정확히 몇 타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대신,
보검 오빠의 말투,
걸음걸이,
나를 바라본 눈빛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날,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피니시 자세를 유지했다.
📌 스코어보다 오래가는 성장
그날 내가 얻은 건
타수도, 공의 탄도도 아니었다.
**‘집중하는 법’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루틴’**이었다.
✔️ 누군가 앞에서 긴장할 때
✔️ 감정이 스윙에 들어올 때
✔️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그럴수록 루틴에 집중하면
오히려 내가 나답게 설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배웠다.
🧢 그날 이후 바뀐 나의 루틴과 장비 셋업
장비 | 새로운 여성 전용 드라이버 체험 중 (복선) |
옷차림 | 어깨 라인 정리된 셋업 룩으로 바꿈 |
루틴 | 스윙 전 호흡 리듬 + 피니시 고정 강화 |
마음가짐 | "나를 잘 보이기 위한 골프" → "내가 나답게 서기 위한 골프"로 전환 |
💭 오늘의 깨달음
“사람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 루틴이 나를 지켜줘야 한다.”
보검 오빠와의 우연한 만남은
내 감정을 설레게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내가 나의 중심을 지켰다는 것이었다.
골프는 결국, 나를 바라보는 내 눈빛을 바꾸는 운동이었다.
💬 당신에게도 묻고 싶은 말
혹시 지금 누군가 앞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더 멋져 보이고 싶다는 마음
들고 있지 않나요?
그 감정,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그건 당신을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동기예요.
오늘도 당신의 루틴이
당신을 지켜주기를,
그리고 누군가 앞에서 당당해지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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