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서는 너무나도 어려워
혼자서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첫 연습 날엔 그저 스윙하는 재미에 빠졌고, 둘째 날엔 겨우 몇 번 맞은 공이 그렇게 짜릿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도달하고 싶은 방향은 저 멀고,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은 어딘가 계속 엇나가고 있다는 걸.
‘이대로 해도 괜찮을까?’
‘영상만 보면 언젠간 나아지겠지…’
그런 생각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한계는 금방 왔다.
어느 날, 점심시간.
오랜만에 만난 장우 선배와 나란히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 내가 툭 내뱉듯 말했다.
“저 요즘 골프 혼자 연습하는데, 공이 점점 더 안 맞는 것 같아요…” 선배는 골프 잘치죠?
장우 선배는 내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
“혼자 하면 당연히 그래. 내가 예전에 말 안 했나? 나도 처음에 완전 독학하다가 손목 다쳐서 병원 다녔어.
연주야, 레슨 받아. 진짜야.” 지금 안받으면 진짜진짜 후회한다.
폼생폼사인 나는 그렇게 해서 생애 첫 골프 레슨을 받게 됐다.
📆 드디어, 레슨 첫날
레슨 예약을 마치고, 당일 아침.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남자 프로님 나하고 잘맞을까?
괜히 긴장되고, 준비물도 두 번씩 챙겨보게 됐다.
그날따라 하늘은 쨍쨍했고, 나는 약간의 설렘을 안고 연습장에 도착했다.
프론트에서 이름을 말하자, 친절한 직원이 나를 레슨존으로 안내했다.
한쪽에서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멋진 드라이버 스윙을 날리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중년 남성분이 퍼팅 자세를 집중해서 교정받고 있었다.
‘와… 다들 잘한다…’
나는 작아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내 자리에 섰다.
잠시 후, 오늘 나를 지도해줄 ‘김프로님’이 다가왔다.
찐한 인상에, 키는 180중반??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이 분, 진짜 잘 치시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스캔을...
🧑🏫 레슨이 시작되자마자 깨달은 것
첫 10분은 나의 기본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김프로님은 내가 스윙하는 모습을 옆에서 관찰하며 메모를 했다.
공을 몇 개 쳐보라고 해서 스윙을 했지만, 당연히 엉망이었다.
나는 민망해서 웃으며 말했다.
“아직 초보라… 어제도 공이 제자리에서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프로님은 웃지도 않고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대부분 그렇게 시작해요.”
그 말 한마디에 묘하게 위로가 되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이 풀렸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진짜였다.
프로님은 내 팔 각도, 손목의 위치, 어깨의 방향, 체중 이동까지
하나하나를 조정해줬다. 약간의 터치가 있어야 할 때면 먼저조심스럽게 물어보고
티칭해주시는 모습에 배려가 느껴졌다.
처음엔 고개만 끄덕이며 따라 했는데,
10분도 채 안 돼서 나는 땀범벅이 됐다.
“오른쪽 어깨가 너무 들려요.”
“왼쪽 무릎은 고정하세요.”
“백스윙 때 시선이 너무 빨리 돌아가요.”
“팔 힘 빼세요. 클럽이 돌아가게 놔두세요.”
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꽂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스윙 흉내’를 냈을 뿐,
실제로 공을 ‘치는 방법’은 배우지 않았다는 걸.
😵💫 나는 지쳤고, 프로는 더 지쳐 보였다
30분이 지난 시점.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스윙은 점점 무너지고,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내가 체력에 한계를 느끼며 멍하니 서 있던 순간,
프로님은 조용히 내 앞에 서서 말했다.
“연주님, 지금 머리로는 다 아시는데, 몸이 아직 안 따라주는 거예요.
그게 당연한 거고요. 근데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맞춰보려는 자세예요.”
그 말이 어쩐지 가슴을 울렸다.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보통은 “그 정도면 잘했어”, “힘 빼봐” 같은 얘기만 들었는데,
이건 좀 달랐다.
내가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정확하고 단단한 인정’ 같았다.
나는 지쳐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옆을 바라본 프로님의 얼굴이 정말 ‘진심으로’ 지쳐 있었다.
마치 나보다 더 힘든 표정.
속으로 생각했다.
‘아, 오늘 나보다 더 힘든 건 이분이었구나…’
그리고 괜히 죄송했다.
내가 삐뚤어진 자세를 잡을 때마다,
프로님은 다시 몸을 숙이고, 다시 클럽을 잡아 내 손목을 교정해줬다.
레슨은 배우는 사람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의 체력과 인내도 함께 쓰이는 일이었다.
⛳ 레슨의 끝, 생각보다 많은 걸 남기다
마지막 10분은 그날 배운 걸 정리하며
가볍게 반복해보는 시간이었다.
김프로님은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고,
나는 그냥 몸이 기억하는 대로 스윙을 몇 번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마지막 한 타에서
공이 정면으로 곧게 날아갔다.
거리도 멀지는 않았지만, 탄도가 예뻤다.
나는 깜짝 놀랐고, 프로님도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네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마치 ‘골퍼 인증서’처럼 느껴졌다.
지금껏 연습장에서 혼자 공을 맞힐 때의 기쁨과는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첫 순간이었다.
나는 내심 기뻤고, 동시에 책임감도 느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잘해보고 싶어졌다.
그 마음은 단순한 흥미나 재미가 아니라,
‘배움’이라는 무게감에서 나오는 동기였다.
오늘의 깨달음
“잘 알려면, 잘 배워야 한다. 혼자 하는 연습보다, 함께하는 훈련이 더 깊다.”
골프는 단순히 공을 멀리 보내는 기술이 아니다.
자세, 타이밍, 리듬, 근력, 멘탈…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아주 섬세한 운동이다.
혼자서 유튜브로 익힐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정확히 짚어주고,
지치지 않게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성장’이라는 게 가능해진다.
레슨 첫날, 나는 공보다 내 자세가 더 많이 흔들렸고
스윙보다 마음이 더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도,
조금씩 중심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나는 다시 레슨이 기다려진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 스윙을,
그리고 더 가벼운 내 마음을 만나러.
멋진 뿜뿜 김프로님 저 포기하시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