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윙 너 정말!
“이번엔 꼭 느낌을 잡을 거야.”
오늘 연습장에 들어서기 전,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전날 곱창으로 충분한 회복을 했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이제 연습하면 뭔가 확 열릴 것 같아.’
그런 착각은, 백스윙 3번 만에 무너졌다.
⛳ 백스윙? 말이 쉽지 몸은 안 움직여
📘 백스윙(back swing)
골프에서 클럽을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
이 스윙의 시작이 정확해야, 힘 전달도 자연스럽게 된다.
쉽게 말해, ‘튕기기 직전 고무줄을 당기는 구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백스윙이 흔들리면 그 뒤 모든 동작이 무너진다.
나는 오늘 백스윙만 집중해서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레슨에서 프로님이 내 손목 각도와 팔의 높이에 대해
정말 정성스럽게 코칭해줬기 때문이다.
“왼쪽 어깨 밑으로 팔이 들어가면 안 돼요.”
“오른쪽 무릎은 가볍게 잡아두고요.”
“머리는 고정. 눈은 공!”
머리로는 다 외운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타석에 서니,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첫 스윙, 백스윙 도중 오른쪽 어깨가 들리며 중심이 완전히 흔들렸다.
두 번째 스윙, 손목이 꺾이더니 클럽이 엉뚱한 각도로 휘둘렸다.
세 번째, 네 번째…
점점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 그리고… 진짜 벽에 머리 박을 뻔했다
나는 더 정확한 백스윙 각도를 보려고, 벽 근처 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좌측에 살짝 벽이 있는 곳. 거울도 있어 확인하기 좋았다.
자세를 잡고, 백스윙.
고개를 들지 않고 그대로 팔만 들어 올렸는데——
쿵.
정확하게 말하면, 클럽 끝이 벽을 쳤다.
튕기듯 내 손을 밀쳤고, 그대로 내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한 걸음.
그다음은?
“어이쿠!”
말 그대로,
벽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다행히 실제로 닿지는 않았지만,
진짜 눈앞이 아찔했다.
옆 타석 분들도 놀라서 날 쳐다봤고,
나는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 자리에 서서,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 실망감과 자책, 그리고 복잡한 마음
“나 너무 못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백스윙 하나도 못 맞춰서야 뭐가 되겠어?”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의심이 쏟아졌다.
자세는 흐트러지고, 정신은 멍해지고,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만둘까?’
그 말이 아주 짧게, 머릿속을 스쳤다.
혼자 연습장 한쪽 벤치에 앉았다.
바람도 안 통하는 실내 연습장 안에서
내 마음엔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 그때, 프로님이 와서 말했다
프로님은 나를 보고는 살짝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나는 “네…”라고 대답했지만, 표정에서 티가 났을 것이다.
그는 클럽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연주님, 오늘 백스윙 힘 많이 주셨죠?”
“네, 각도랑 팔 위치 계속 신경 쓰다 보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오늘처럼 자세를 잡으려고 하면 오히려 중심이 더 무너져요.
백스윙은 정확도보다도 ‘리듬’이에요.
리듬 먼저 잡고, 나중에 각도 보셔야 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울컥하게 했다.
나는 오늘 하루, 너무 나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회복했으니 당연히 더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
레슨을 받았으니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기대.
모든 걸 나 혼자 짊어지고 있었구나.
🎯 백스윙 연습, 방향을 바꾸다
프로님의 조언대로,
나는 클럽을 잠시 내려놓고 맨몸으로 ‘흐름 연습’을 했다.
공을 치는 게 아니라,
팔을 부드럽게 들어 올리고
고개는 고정한 채 상체 회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보는 것.
기본은 ‘리듬’이었다.
그걸 잡고 나서 다시 클럽을 잡으니
백스윙 동작이 조금 더 유연해졌다.
물론 여전히 엉성했고,
클럽은 간혹 헛돌았지만
내 몸이 움직이는 방향은 분명 ‘혼란’이 아니라 ‘이해’ 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 자꾸 비교하게 되는 마음, 나만 그런 걸까?
타석 옆 사람은 시원하게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두 칸 옆에서는 누가 봐도 연습 많이 한 사람처럼 백스윙이 자연스럽다.
나는 오늘 클럽으로 벽 때리고, 중심 못 잡고,
“이 자세가 맞나?” 하며 망설이기만 했는데…
그때부터 ‘비교의 마음’이 스르륵 올라왔다.
‘나는 왜 이리 못할까?’
‘이 사람들은 나보다 늦게 시작했을까, 아니면 오래 했을까?’
‘나는 왜 똑같은 연습을 해도 늘지 않을까?’
사실 그런 질문들,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데
혼자서만 계속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더 깊은 피로감으로 몰고 왔다.
하지만 프로님의 말처럼,
지금 내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건
‘이해’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아직 필요한 상태일 뿐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계속 배워가고 있고
매일매일의 좌절조차도 사실은 성장의 일부였다.
🌱 못해도 좋은 하루, 멈추지 않은 하루
그렇게 생각하니,
벽에 머리 박을 뻔했던 순간마저
괜히 웃음이 났다.
내가 골프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게 될 줄 몰랐고,
그만큼 진지해졌다는 증거니까.
“못한 하루가 아니라, 놓지 않은 하루였다.”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연습장 불빛 아래에서
클럽을 천천히 정리하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일은 또 다를 거야.
오늘 이 감정을 기억한 채,
조금 더 부드럽게 백스윙을 해보자.”
그리고 그 다짐은
오늘 벽보다 더 단단한 내 마음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 오늘의 깨달음
“정확한 각도보다 중요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못하는 순간도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내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골프에서 백스윙은 단순히 팔을 드는 동작이 아니라
몸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하나의 리듬’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 채
손목 각도, 어깨 위치, 팔 각도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자세는 더 꼬이고
마음은 더 답답해진다.
오늘은 백스윙이 안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운동을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증명해 준 날이기도 했다.
✨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
혹시 당신도,
골프를 배우면서 너무 ‘완벽’에만 집중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혹시, 백스윙이 안 되는 날
“나 너무 못하나 봐…” 하고 속상했던 적은요?
그런 날, 우리는 함께 기억해요.
‘못하는 날’도 ‘잘해지는 날’의 일부라는 걸.
다음주에 필드를 간다....걱정많이 기대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