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필드, 루틴, 그리고 삼겹살 소주까지 섞이는 우리들의 오후
오전 11시 58분 – 점심시간을 앞둔 톡방, 골프가 시작된다
연주씨, 어제 경주CC 다녀오신 거예요?
티샷 완전 시원해 보이던데요ㅋㅋ
근데 퍼팅 라인이 너무 어려워 보이던데...
사무실 안에서 메일 하나 정리하려던 순간,
회사 내 직장인 골프 모임 단톡방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팀은 공식 골프 모임은 아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시작되는 골프 이야기는,
프로젝트 회의보다 뜨겁다.
직장 골프 대화, 이쯤 되면 업무보다 진심
점심시간, 부장님이 말했다.
나는 어제 파4 세컨샷에서 또 해저드... 진짜 골프 그만치고 싶었음.
아니 근데 연주씨는 루틴 다시 찾은 거죠? 전처럼 흔들리는 거 없어 보여요.
스크린 다녀온 미연이는 요즘 샷감 오진대요. 주말에 또 나간대요.
누구는 필드를, 누구는 스크린을,
누구는 유튜브 골프 해설을 보고
자기 루틴을 고민하고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의 점심시간은 루틴 복기 시간이 되어버렸다.
연습장 예약은 이 앱으로 해요
직장인 골프 모임 단톡방 – 이게 더 활발한 회의실?
오후 2시. 일하다 잠깐 눈치 보며 핸드폰을 확인하면
우리 골프방에 사진들이 올라온다.
- 미연이 어제 버디 인증
- 상정 선배 드라이버 자세 뭐임ㅋㅋㅋ
- 스윙 리듬 좀 봐요. 이건 거의 영상 과외 각?
스크린으로 다녀온 사람, 필드로 다녀온 사람,
각자 다른 장소지만 루틴과 감정은 한곳에 모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골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
우리 팀의 직장인 골프 모임, 이렇게 굴러간다
우리 팀의 모임은 아래처럼 돌아간다.
정기 모임 | 월 2회 / 격주 일요일 필드 or 스크린 |
예약 방식 | 돌아가며 한 명이 스크린 예약 담당 |
운영 룰 | 루틴은 강요하지 않기 / 실력보다 감정 우선 |
채팅방 분위기 | 유쾌한 복기 중심 / 스코어 자랑은 X |
평가 기준 | 재미있었는지가 전부 |
골퍼 여러분 서울 강남 우리의 스크린 모임 장소를 추천해주세요!
퇴근 후, 실전이 시작된다 - 연습 아닌 진심
저녁 7시. 오늘은 내가 아닌 미연이가
스트레스 쌓였으니 스크린 어때?라고 톡을 보냈다.
상정 선배까지 3명이 모였다.
스크린 안에서는
누가 더 잘 치나보다
오늘 누가 멘탈이 무너지나가 더 큰 관전 포인트다.
미연이는 오늘 퍼팅이 예술이었다.
나는 드라이버가 오른쪽으로 밀려나서 무너졌고,
상정 선배는 갑자기 루틴 중 백스윙 정지를 넣어서 박살이 났다.
하지만 웃겼다.
이건 실전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연기하는 자리 같았다.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가 등장했다
스크린을 마치고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서울의 한 골목, 단골 포장마차식 삼겹살집.
진짜 왜 골프 못 치는 날은 기분이 다 가라앉을까?
난 요즘 루틴이란 걸 다시 생각하고 있어.
골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쳐다보게 되니까, 그게 제일 무서워.
누군가는 스코어 때문에 골프가 싫어졌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골프가 자신을 해방시켜준 운동이라고 말했다.
감정 루틴 복기 - 우리가 모인 진짜 이유
나는 노트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오늘 느낀 점, 지금 감정, 내 샷 중 하나를 떠올려서
- 오늘의 내 루틴 감정 점수: 6.8/10
- 내 감정 루틴 키워드: 긴장 > 풀림 > 기대 > 실망 > 웃음
- 누가 뭐래도, 골프는 오늘도 나를 보여주는 시간
오늘의 깨달음
골프는 혼자 치는 운동이지만
누구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스크린에서 샷을 망친 날도,
필드에서 자책감에 빠진 날도,
점심시간 채팅방에서,
저녁 삼겹살집에서 우리는 우리를 복기한다.
직장인 골프 모임이 중요한 건
잘 치는 친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골프 언어를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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