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치콘솔> <구글서치콘솔 끝> 여자 골퍼의 경주CC 새벽 1부 티업 실전 리뷰

연주의 골린이 일기

여자 골퍼의 경주CC 새벽 1부 티업 실전 리뷰

G-log 연주 2025. 8. 1. 11:55

감정 루틴, 코스 도전, 그리고 한돈 목살 두부김치의 피날레까지

 

1부 티업? 너무 멋질 거 같지 않아요?

처음 1부 티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설렜다.
경주CC, 새벽 5시 45분 티오프, 봄 공기, 이슬 맺힌 페어웨이, 푸른 잔디.

그림 같은 골프장 풍경 속에서
티샷을 날리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이건 그냥 화보 찍으러 가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았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느껴진 건 쌀쌀한 공기, 축축한 잔디, 덜 깬 몸과 정신.
그리고 가슴 한쪽에 올라오는 이거… 오늘 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새벽 골프장의 공기는,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되는 공간

 

해가 뜨기 전의 골프장은 말 그대로 고요하다 못해 낯설다.
소리는 캐디카의 바퀴가 잔디를 스치는 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캐디님의 목소리, 그리고 내 심장의 쿵쾅거림.

이른 시간이다 보니 몸도 덜 풀리고, 뇌도 반쯤은 꿈나라에 있다.
그런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공을 내려다보며 셋업에 들어가면
내가 연습장에서 배운 모든 것이 뿌옇게 날아간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실력이 아닌
정신력과 감정 루틴의 대결이다.

 

내가 준비한 새벽 티업용 생존템

 

3시에 기상해서 5시 10분 도착.
당연히 아침 식사를 챙길 여유는 없다.
그래서 골퍼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내가 준비한 것들.

 

보온 텀블러에 미지근한 물
👉 찬물은 위를 더 자극하니, 따뜻한 물로 몸을 깨우기

전자파스 (손목, 팔꿈치용)
👉 기온이 낮으면 근육이 더 굳는다. 스윙 전 필수

에너지바 2개
👉 공복에서 나오는 멘탈 흔들림 방지용
마이쭈 2알
👉 씹는 감각 = 긴장 완화 + 집중
손난로
👉 손끝 감각은 스윙 감각과 직결된다

 

이 준비물들 하나하나가 새벽 골프의 생존 장비라는 걸
이번 라운딩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1번 홀의 진심: 티샷보다 떨리는 건 내 심장이었다

 

네~ 바로 들어가세요~!

경주CC 1번 홀. 오른쪽 OB, 살짝 내리막.
페어웨이는 넓었지만 심장은 점점 좁아졌다.

미연이가 작게 말했다.
루틴 외워서 해. 연습장이랑 똑같이.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클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 번의 리듬을 상상했다.
셋업 → 백스윙 → 임팩트.

그 샷은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나의 루틴이 작동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경주CC 코스 매력 요약: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다

 

경주CC는 총 36홀 규모의 대형 골프장이다.
남·북·동·서로 나뉘며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동코스: 좁고 긴장감 높은 코스
→ 정확한 티샷이 필수, 숨어있는 해저드 많음
서코스: 장타가 통하는 넓은 코스
→ 넓은 페어웨이, 호쾌한 드라이버 플레이 가능
남코스: 자연 친화적 숲속 느낌
→ 경치와 함께 힐링, 하지만 바람 변수가 큼
북코스: 균형 잡힌 전략 코스
→ 벙커/그린/언듈레이션이 조화를 이룸

나는 이번에 서코스를 중심으로 플레이했는데,
넓은 페어웨이 덕분에 드라이버는 시원하게 휘둘렀다.
다만, 방심한 순간 해저드가 공을 삼키는 함정도 도사리고 있었다.

 

몸풀릴때쯤 바라본 경주CC 필드전경

 

그늘집, 그리고 예상 밖의 피날레

 

전반 9홀이 끝난 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그늘집.
먼저 다녀온 친구가 여긴 한돈 목살 두부김치가 유명해라고 추천했다.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기대를 가볍게 넘어버린 맛.

 

한돈 목살: 도톰하고 구운 자국이 노릇노릇, 육즙이 톡
김치: 잘 익은 숙성맛, 너무 시지도 맵지도 않은 절묘한 밸런스
두부: 부드럽게 쪄내서 입 안에서 사르르
막걸리: 적당히 단맛도 있고, 텁텁하지 않아 목넘김이 부드럽다

밥 한 그릇이 사람 살린다는 말. 이럴 때 쓰는 거 아닐까?

 

그늘집은 단순히 ‘음식 먹는 공간’이 아니라
무너진 루틴을 회복시키는 감정 회복소였다.

 

중반부, 루틴이 무너지고 다시 세운 순간

 

7번 홀. 앞 팀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내 루틴도 깨지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늘어나고, 햇살은 강해지고, 내 집중은 서서히 무너졌다.

셋업 전 호흡 빠트리고, 리듬도 잊어버리고,
클럽을 세게 쥐는 내 손을 보고 미연이가 말했다.

너 지금 손에 힘 들어갔어. 루틴 날렸어.

 

그 말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10번 홀부터는 루틴을 감정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 기다리는 동안 눈 감고 리듬 상상
- 셋업 전에 ‘한 번의 리듬이면 충분해’ 속으로 외치기
- 샷 후 결과는 내려놓고 ‘느낌만’ 기억하기

 

그 후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마음이 풀리자 공도 풀렸다.

오늘의 나를 만든 3가지 키워드

  1. 감정 루틴
    단순한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심리적 리듬’.
    감정이 흐트러지면 모든 샷이 흔들린다.
  2. 함께한 사람의 말
    미연이의 조용한 조언 하나가
    내 플레이 전체를 바꿨다. 혼자라면 무너졌을지도.
  3. 그늘집 음식의 힘
    좋은 음식은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니라,
    감정 회복과 집중력 재가동의 장치다.

나만의 경주CC 라운딩 요약 가이드


골프장 위치 경북 경주시 외동읍
규모 36홀 (남·북·동·서코스)
추천 코스 초보자: 서코스 / 전략적 플레이: 동코스
티업 시간 추천 봄/가을엔 1부 티업 (5시 30분~6시 추천)
준비물 팁 전자파스, 손난로, 에너지바 필수
그늘집 메뉴 추천 한돈 목살 두부김치 + 막걸리 조합
 

마무리 : 나를 돌아보게 만든 경주CC

이번 경주CC 라운딩은
단순히 공을 친 하루가 아니라
나를 직면하게 한 하루였다.

실수했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떨렸지만 결국 루틴을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컨트롤한 내가 조금 더 성장한 하루였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이번엔 더 단단해진 루틴과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