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치콘솔> <구글서치콘솔 끝> 오늘은 못 쳤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연주의 골린이 일기

오늘은 못 쳤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G-log 연주 2025. 7. 31. 11:59

『연주의 골린이 일기』

 

– 결과는 흔들렸지만, 마음은 무너지지 않았다.

 

 

 못 친 날, 이상하게 편했던 마음

 

오늘은 미연이와 둘이 스크린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다.
둘 다 오랜만에 스케줄이 맞아서, 점심 먹고 바로 장비 챙겨 나왔다.
처음엔 기분도 좋고, 몸도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스윙을 시작하자
공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미연이 앞이라 더 애써 웃으며 쳤겠지만, 속으론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기대한 샷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분이 이상하게 나쁘지 않았다.

공은 안 맞았지만, 오늘은 그걸 받아들이는 법을 알았다.

 

 오늘의 라운드 기록 – 흐트러졌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흐름

 

스크린 골프장 부스에 앉은 순간부터 뭔가 감이 이상했다.
볼 마커도 안 챙겨왔고, 장갑도 오래된 걸 그냥 끼었다.
미연이는 첫 홀부터 굿샷을 날렸고, 나는 뒤에서 가볍게 탄식만 했다.

야, 괜찮아. 감각 되찾으려면 두세 홀은 써야지~
미연이의 말에 억지로 웃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오늘 아닌데라는 문장이 맴돌았다.

4번 홀, 드라이버가 벽처럼 튕겨져 나간 걸 보고
잠깐 손끝이 떨렸다.

하지만 바로 루틴으로 돌아가려고 애썼다.
백스윙 전에 호흡, 클럽 그립감 점검, 셋업 반복.

미연이는 내 플레이를 조용히 지켜보다가
6번 홀이 끝나고 말없이 초코바를 건넸다.
기운 없지? 너 오늘 좀 다른데?
그치? 공이 아니라, 나랑 안 맞는 느낌이야.
근데 오늘은… 안 무너지네? 신기하지 않아?

그 순간, 나도 깨달았다.
샷은 흔들려도 감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기분과 결과는 왜 따로 움직일까?

 

예전의 나였다면,
퍼팅이 계속 짧아지고 스핀 컨트롤이 안 되면
얼굴이 굳고 말수가 줄어들었을 거다.
하지만 오늘 나는 조용히 그 모든 실수를 바라봤다.

미연이는 중간중간 웃으며 말했다.
야, 그래도 리듬은 좋아졌어. 그게 더 어려운 거 아냐?
음... 맞아.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졌어. 이상하지?

샷은 계속 흔들렸지만, 마음은 정돈되어 갔다.
오늘은 결과와 감정이 다르게 움직였다.
그 불일치를 받아들이는 게 내가 성장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심리 포인트: 감정과 퍼포먼스가 어긋날 때

 

스포츠 심리학에선 감정이 퍼포먼스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늘은 그걸 몸으로 느꼈다.

감정은 결과가 아니라, 준비와 회복의 깊이에서 오는 것.

 

 오늘 나를 지켜준 3가지

1. 스윙 전 호흡 루틴 고정
스크린이라도 리얼 코스라고 상상하며
셋업 전에 눈 감고 천천히 숨 들이마시기.

 

2. 결과 없는 리액션 유지하기
안 맞는 샷에도, 에이~ 같은 말 안 하기.
표정보다 리듬 유지에 집중.

 

3. 샷 후 미연이와 웃는 루틴
매 홀 끝날 때마다 서로 짧은 한마디라도 나누기.
나 진짜 삽질했지? 에이 그래도 자세 좋아졌어.
이 한 마디가 멘탈을 지켜줬다.

 

 미연이의 말 - 잘 못 쳐도, 오늘 넌 웃고 있었어

 

스크린이 끝나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어묵국물을 마시는데
미연이가 내 옆에서 툭 말했다.

오늘 너 진짜 못 쳤거든. 근데 되게 편해 보였어.
어… 나도 좀 그랬어. 오늘은 그냥... 놓아버린 날이었나 봐.
그거 좋은 거야. 넌 이제 공이 아니라, 너를 먼저 보는 거 같아.

 

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말이 마음 안에서 오래 머물렀다.
예전의 나는 ‘괜찮은 척’ 웃었지만, 속으로는 나를 계속 비난했다.
미연이 앞이라 더 강해 보이고 싶었고, 무너지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진짜로 편안했다.
샷이 안 맞아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았고,
흔들려도 그걸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미연이와의 짧은 대화가 오히려 오늘 내 플레이를 해석해주는 거울 같았다.
‘샷을 잘하는 날’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날’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오늘, 함께 웃던 그 어묵국물 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복기 노트 – 샷보다 기억에 남은 건 감정

 

📝 오늘의 복기 메모

 

드라이버는 오늘 내내 방향을 잡지 못했다.
특히 6번 홀은 완전히 토핑이 나면서 벽에 부딪혔고,
퍼팅도 3번 연속 짧아서 결국 스코어는 엉망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은 안정적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부터 굳어졌을 텐데,
오늘은 그냥 “이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샷보다 기억에 남는 건 미연이와 나눈 대화였다.
넌 그래도 오늘 리듬은 계속 좋았어.
그 말이 어쩐지 오래 남았다.

스코어카드는 실패로 채워졌지만,
나는 못 쳐도 괜찮은 나를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오늘은 공이 아닌, 내 감정을 다루는 훈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훈련을 난 꽤 괜찮게 해낸 것 같다.
샷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내가 나에게 실망하지 않는 감정 루틴이었다.

 

 오늘의 깨달음 

 

오늘은 처음으로 감정이 스코어를 지배하지 않는 날이었다.
공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 상황을 그냥 받아들였다.

미연이와 함께 웃으며 플레이한 그 시간이
내겐 성적보다 더 귀한 경험이었다.

결과가 흔들릴 때, 감정을 붙잡는 연습이
이제야 조금씩 몸에 익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엔,
이 감정을 그대로 들고 진짜 필드로 나가볼 준비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