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연습장, 하얀 김 속에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겨울 연습장, 하얀 김 속에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연습장의 열기

찬 공기 속에서도 골프 연습장은 여전히 따뜻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나는 다시 스윙을 준비했다.
겨울은 골퍼에게 잠시 멈춤의 계절이지만,
나에게는 다시 시작의 신호였다.
이 계절이 지나면, 봄의 필드 위에서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 겨울의 첫 연습, 공보다 추위가 더 무거웠다

 

토요일 아침 8시.
연습장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놓인 매트와 바구니 속 흰 공들은
이상하게 따뜻해 보였다.

손가락이 굳고, 샤프트가 차갑게 느껴졌다.
오늘은 좀 덜 치고 가야겠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막상 클럽을 쥐면 손끝이 저절로 움직였다.

첫 스윙.
공은 잘 맞지 않았다.
몸이 덜 풀리고, 리듬이 경직돼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  겨울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탁 소리 하나만으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래, 이 느낌이 그리웠어.

 

 

 

2️⃣ 연습장의 공기,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겨울에도 연습장은 생각보다 붐볐다.
왼쪽 타석에는 늘 같은 시간에 오는 중년 남성.
오른쪽에는 젊은 커플이 번갈아가며 스윙을 교정 중이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지연 선배의 목소리도 생각났다.

겨울에 연습하는 사람이 결국 봄에 웃는다.

 

그 말이 그땐 그냥 좋은 말로 들렸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 겨울의 땀방울이, 내 다음 시즌을 만든다.
그걸 아는 순간, 추위는 견딜 만해졌다.

 

 

 

3️⃣ 다시 시작한다는 건, 잘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나는 연습 중간마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매트 위 발자국이 서서히 얼음처럼 굳어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따뜻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드라이버 비거리와 스코어 100타 이하만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겨울, 나는 결과보다 감각을 되찾고 싶었다.
공을 칠 때의 손끝, 임팩트 순간의 진동,
그게 나를 다시 골퍼로 만들어주는 시작점이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냥 느끼자.

 

이 문장이 내 겨울의 루틴이 됐다.

 

 

 

4️⃣ 숨이 하얗게 피어오를 때마다, 마음은 맑아졌다

 

공을 칠 때마다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겨울의 공기 속에서 그 김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걸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매일 쌓인 회사 일,
미뤄둔 보고서,
사소한 오해들.
그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스윙 하나하나에 맞춰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스윙은 결국 마음의 반영이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볼이 맞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날의 목표는 나를 비우는 것이었으니까.

 

 

 

5️⃣ 연습 후,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 잔

 

연습을 마치고 장갑을 벗었다.
손끝이 얼얼했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넣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주머니 속 휴대폰에 지연 선배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도 연습했어? 겨울에 하는 게 진짜 골프야.

 

나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네, 아직은 몸이 안 따라줘도 괜찮아요. 다시 시작 중이에요.

 

화면을 끄고, 커피잔의 온기를 두 손으로 감쌌다.
손끝에 닿는 그 열기가,
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유일한 연료 같았다.

 

6️⃣ 겨울 연습이 주는 선물 – 리듬, 그리고 평온함

 

집에 돌아오는 길.
조용한 차 안에서 생각했다.
겨울 연습은 스윙보다 리듬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추운 공기 속에서 몸의 감각이 둔해질수록,
나는 오히려 내 호흡을 더 섬세하게 느꼈다.
스윙의 속도보다는 균형을,
공의 궤적보다 ‘마음의 무게’를 더 의식하게 됐다.

겨울의 연습은 외롭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진짜 골프를 배우게 된다.
누구의 시선도 없고, 박수도 없고,
오직 나와 공, 그리고 내 숨소리만 남는다.

 

 

 

7️⃣ 다음 봄을 상상하며

 

차창 밖으로 희미한 겨울 햇살이 들어왔다.
내년 봄, 다시 필드에 서서 바람을 느끼는 순간을 상상했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단단해져 있을까.

아마 스코어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내 마음의 자세는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게 겨울 연습의 진짜 이유였다.

누군가에게는 이 계절이 휴식이겠지만,
나에게는 기초를 다시 쌓는 시간이다.
하얀 김 속에서 나는 오늘도 천천히 나를 만든다.

 

8️⃣ 겨울은 골퍼의 거울이다

 

겨울은 골퍼를 솔직하게 만든다.
욕심은 줄고, 인내가 늘어난다.
몸은 느려도, 마음은 깊어진다.

나는 이제 안다.
골프는 잘 치는 게 아니라,
계속 치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걸.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도, 내일도
하얀 김 속에서 다시 스윙을 한다.

 

계절은 상관 없어야 한다!

 

여러분들의 겨울은 어떤가요?
혹시 시즌 오프라며 클럽을 멀리 두고 있나요?
딱 30분이라도 연습장에 나가보세요.
찬 공기 속 한 번의 스윙이,
당신의 봄을 완전히 바꿔놓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