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아닌 데이트, 보검오빠와의 여름 라운드 되돌아보기
데이트 아닌 데이트, 보검오빠와의 여름 라운드 되돌아보기
라운드 되돌아보기, 그리고 특별한 동반자 💌
라운드 되돌아보기는 원래 내가 친 샷과 실수를 하나하나 적어두는 냉정한 기록이죠.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기록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그린 위 햇빛 속에 서 있던 한 사람, 바로 보검오빠입니다.
라운드 시작 전부터 하루 종일 마음속 어딘가가 묘하게 설레었고,
샷을 준비하면서도 눈길이 자꾸 그를 쫓았습니다.
이건 스코어를 위한 복기이면서, 동시에 마음속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라운딩 전 - 오늘은 내가 픽업할게 🚗
아침 5시 40분, 카톡 알람이 울렸습니다.
보검오빠: 준비됐지? 오늘은 내가 픽업할게.
나: 헉, 진짜요? 완전 편하게 가겠네!
차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더우니까 이거 마시면서 가자.
시동이 켜지고, 차 안에 흘러나온 건 제가 좋아하는 노래 🎶 <늦은 후회>
이 노래, 지난번에 너 흥얼거렸잖아.
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네? 벌써부터 심장이 티샷 준비 중이었습니다.
필드에서의 첫 홀 - 긴장과 웃음이 함께 🌿
첫 홀 티박스에 섰을 때, 바람이 살짝 불며 잔디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제 첫 티샷은 살짝 왼쪽 러프로 빠졌지만, 보검오빠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꿰뚫었습니다.
첫 홀은 몸 풀기니까 괜찮아. 대신 내가 니어샷 경쟁에서 져줄 수는 없지.
그 한마디에 저는 웃음과 함께 도전 욕심이 생겼고, 스윙에 힘이 들어갔죠.
결국 결과는 2m 차이로 패배, 점심은 제 몫이 되었지만 그 웃음소리는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카트 이동 중 - 바람과 눈맞춤 🌬
카트에 나란히 앉아 이동하던 중, 여름 바람이 스윽 불어오며 제 머리카락이 흩날렸습니다.
보검오빠가 장난스러운 미소로 머리핀 줄까?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바람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지고 우리 시선이 잠시 엇갈렸습니다.
멀리 보이는 페어웨이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진 건,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 비친 제 모습이었죠.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필드 위의 모든 소리가 잦아든 듯했습니다.
퍼팅 라인 봐주기 - 손끝 스침 🖐
7번 홀, 파3. 그린 위에서 라인을 보고 있었는데,
보검오빠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제 퍼터를 잡아주며 방향을 맞춰줬습니다.
손등이 살짝 스쳤는데… 거짓말처럼 심장이 쿵 하고 뛰더군요.
퍼팅은 홀 컵 바로 옆에서 멈췄지만, 제 마음은 이미 홀인원 직전이었습니다.
라운드 각인 - 골프와 마음 이야기 📒
보검오빠는 제 플레이를 하나하나 기억해주며
숏게임만 조금 더 안정되면, 스코어는 금방 내려갈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 속에서 다음에도 같이 치자는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저도 오빠의 스윙에서 배우고 싶은 포인트를 몇 가지 메모했습니다.
사실 그 순간 저는 골프 기록보다, 오늘 하루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라운드 후 - 카페에서 마무리 ☕
그늘집 대신, 근처 호숫가 카페로 갔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라운드 얘기를 이어갔습니다.
오빠는 제 휴대폰을 집어 들어, 오늘 찍은 사진 중 하나를 배경화면으로 설정해줬습니다.
이게 오늘 너 표정 중에 제일 웃는 거더라.
그 말 한마디에 하루 피로가 싹 사라졌습니다.
엔딩 - 스코어보다 남은 건… ❤️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다시 펼쳐보니, 숫자들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하루를 곱씹을수록,
마음속을 가장 강하게 두드리는 건 그 숫자가 아니었죠.
퍼팅 라인을 함께 읽으며 손끝이 스치던 그 미묘한 온기,
바람에 흩날린 제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넘겨주던 순간,
그리고 라운드가 끝난 뒤, 카페 창가에서 함께 마신 아이스라떼 속 웃음소리까지
그 모든 장면이 제 마음속 한 켠을 은근히 데워주고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가 또 데이트 아닌 데이트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은 확실히, 제 골프 여정 속에서 가장 따뜻하고 오래 머무를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