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의 골린이 일기

연습이 지겨운 날, 나를 구한 건 미연의 말 한마디였다

G-log 연주 2025. 7. 29. 11:42

익숙함 속에서 무뎌진 나, 다시 왜를 찾은 하루

 

🌫 하늘이 흐렸다. 공기엔 습기가 가득했고, 내 마음도 그랬다..

어느 날은 연습장이 지겹게 느껴졌다…
늘 하던 루틴, 반복되는 동작, 익숙해진 감정의 골짜기.
골프가 주는 설렘도, 성취감도 잠시 사라진 듯한 기분.
그런 날엔 문득, 이걸 왜 계속하고 있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올라온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날, 예상치 못한 한 마디가 내 감정을 일으켜 세웠다.
골프가 단지 잘 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는 다시 배웠다.
그리고 그날, 마음은 조용히 리셋되었다.

 

⛳ 오늘도 연습장,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골프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을 넘겼다.
처음에는 공 하나 맞는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스크린에서 백스핀이 살짝 걸리면 나 혼자 박수 치고,

연습장에서 드라이버가 똑바로 날아가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리플레이하듯 머릿속으로 돌려보곤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 공이 맞아도 별 감정이 없다.
연습장에 가는 발걸음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다.
드라이버가 잘 맞아도, 퍼팅이 괜찮아도,
아, 잘 맞네.라는 짧은 반응이 전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오늘은 처음으로 연습장이 지겹다는 감정을 느꼈다.
이건 그동안의 나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몸은 연습장으로 향했지만, 마음은 한 걸음도 따라오지 않았다.
백스윙을 올리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샷을 날린 후의 반응도 없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 질문이 퍼팅 매트 위에서 떠올랐다.

 

🤖 무표정으로 치던 나에게 다가온 친구

그날 연습장은 조용했다.
평일 저녁, 유독 사람들이 적은 날이었다.
나는 늘 하던 루틴대로 연습을 시작했다.
스트레칭, 간단한 몸풀기, 그리고 어드레스.
하지만 어딘가 감정이 빠져 있었다.

백스윙을 하고, 임팩트.
공은 멀리 날아갔지만, 내 기분은 그저 멍했다.
이유도 없이 허공을 보다가, 다음 공을 올렸다.
기계적으로, 아무런 의욕도 없이.

그때였다.
야, 너 오늘 사람 같지가 않아.
익숙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미연이 서 있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뭐든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
그 미연이 나를 보며 피식 웃고 있었다.

사람이 아니면 뭐야?
나는 되물었고, 미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골프 머신. 그냥 동작만 반복하는 로봇 같아.

그 말에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최근의 내 모습은 그 말 그대로였다.
익숙함 속에서 무뎌졌고, 감정은 사라졌으며,
그저 해야 하니까 하는 상태.

 

💭 너 지금 뭐 때문에 골프하는 거야?

미연이 내 옆 타석에 자리를 잡고 퍼팅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는 평소에도 자주 같이 연습을 하는 사이지만,
오늘처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오랜만이었다.

너, 왜 골프하는 거야?
미연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이상하게 깊게 박혔다.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왜 골프를 시작했지?
지연 선배가 중고채를 선물해 준 게 계기였고,
첫 레슨 때 프로님의 진지한 눈빛이 인상 깊었고,
스크린에서 첫 버디를 잡았을 때 그 짜릿함,
썬힐 CC 필드에서 심장이 뛰던 느낌.

그 모든 순간들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정은,
나는 나를 알고 싶어서 골프를 시작한 거였구나였다.

 

🧘 감정이 돌아오는 조용한 리셋

나는 그립을 다시 잡았다.
어드레스를 천천히, 정말 천천히 취했다.
그리고 백스윙을 아주 작게, 마치 연습하듯 올렸다.
임팩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동작의 감각을 느끼며, 내 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느꼈다.

공을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에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해.
미연이 그 말을 했을 땐, 퍼팅 매트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던 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느껴졌다.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의 감정.
잘 맞든, 안 맞든,
그걸 떠나서 내가 오늘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는 감정.

 

🧩 ✔️ 연습이 지겨운 날을 위한 루틴 리셋 팁

나는 그날 이후, 이런 날들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연습이 하기 싫거나,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 날,
이 3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1. 오늘의 연습 목적이 있는가?
- 단 1가지라도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다.
(예: 오늘은 백스윙 시 오른팔 각도만 본다.)

2. 감정 기록을 남겼는가?
- 연습 전 감정, 연습 중 느낌, 연습 후 생각을 메모장에 짧게 기록한다.

3. 루틴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 루틴을 정해놓고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땐, 루틴을 일부러 깨본다.
(예: 스트레칭 없이 바로 샷 해보기 - 집중력이 어떤지 관찰)

 

🌱 짧은 연습, 깊은 회복

그날 연습은 30분밖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30분이 내게는 가장 깊은 회복의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시간을 오래 투자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안다.
짧아도 진심이면 충분하다는 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운 골목을 걷는데
미연이 갑자기 물었다.
보검 오빠한테는 따로 연락 안 왔어?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번엔 내가 먼저 연락해볼까 싶어.
그 한마디에 미연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달라지고 있다.
감정을 회복하고, 삶을 바꾸고,
그리고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있다.
골프가 준 건 정확한 스윙도, 비거리도 아니었다.
나를 돌보는 기술.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 오늘의 깨달음

꾸준함은 특별한 열정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버티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기술은, 감정이 말라버린 날에 진짜 빛을 발한다.

 

흐린 날씨 속 비어 있는 실내 골프 연습장, 바닥에 흩어진 골프공과 정적인 분위기가 오늘의 감정 상태를 상징하는 장면.
흐린 날씨 속 비어 있는 실내 골프 연습장, 바닥에 흩어진 골프공과 정적인 분위기가 오늘의 감정 상태를 상징하는 장면.